우리 리서치 PLUS

카카오 돌풍을 이겨내려면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최광해 대표이사
  • 2021-10-20
  • 조회수 892
분류 우리플 생각
발행호수 2021-10
저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최광해 대표이사
   

우리 리서치 PLUS - 2021년 10월호

우리플 생각: 카카오 돌풍을 이겨내려면

 

생존이나 할까싶던 카카오뱅크가 기존 시중은행을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모회사인 카카오의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활용하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제는 금융그룹들을 압도하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10월 7일 기준 60,000원, 시총 28조 5천억원으로 우리금융그룹의 약 3.3배에 달한다. 카카오뱅크가 단순한 예금이나 송금서비스를 넘어 증권, 보험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면서 기존 금융지주 회사가 오히려 미래를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아마존, 애플, 알리바바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비금융 핵심사업과 금융서비스를 결합하여 금융업에서 영향력과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의 한국식 버전이다.

최근 정책당국이 카카오의 과도한 사업 확장에 따른 골목상권 침해와 독과점 논란 등을 문제삼아 일부 금융관련 서비스를 중단했고 규제를 강화할 태세이다.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카카오가 상대적 특혜를 받아왔다고 생각했던 기존 금융권에서는 내심 당연시하고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적용 논리에 따라 카카오가 족쇄를 차게 된다면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기대도 보인다.

물론 아쉽지만 이러한 기대는 실현되기 힘들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시장을 장악해가는 모습은 정책당국이 규제를 강화해도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이 카카오의 뱅킹서비스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모바일 앱보다 창의적이며 사용자의 기호에 맞는 카카오의 서비스를 소비자는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카카오의 혁신을 가능케한 기술진보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다시 기존은행의 오프라인 점포를 찾아가서 서비스를 받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금년 상반기 케이뱅크의 400%가 넘는 급성장과 토스뱅크에 몰린 100만명의 사전신청 고객들이 이를 방증한다.

비용구조 면에서도 카카오뱅크와 기존은행은 경쟁이 되지 않는다. 대형은행들은 제조업 중심의 고도성장기에 광범위한 영업망을 형성해왔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게 많은 지점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의 이익대비 경비지출 비율(CI Ratio)을 보면 4대은행 중 가장 낮은 신한은행이 금년 상반기 기준 48.9%로 44.4%인 카카오뱅크보다 5.4%p 더 높다. 기존은행이 비용측면에서 얼마나 숨 가쁜 경쟁을 해야할 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카카오, 케이뱅크 등의 인터넷은행과 기존 시중은행 간의 경쟁구도는 과거 우리나라의 유무선 통신사업자 간의 세력 경쟁과 시장재편 과정을 연상케 한다. 최초의 무선통신사업자인 한국이동통신이 1984년에 사업을 개시할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의 KT인 한국통신의 유선 전화를 이용했다. SK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 1994년의 무선전화 비중은 기껏해야 25%였다. 무선전화가 처음 등장한 1984년부터 37년이 지난 지금 유선통신의 비중은 15%로 외소해졌다. 약 40년의 기간동안 양자의 입장이 정반대가 된 것이다.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기술이 소비자들의 요구를 흡수해나가면서 은행업도 통신업처럼 기술·편리성이 압도하는 산업이 될 것이다.

기존 금융그룹의 선택지는 불행하게도 다양해보이지 않는다. 해외 유명컨설팅 회사에서도 전통은행이 디지털화와 데이터를 활용하여 혁신하지 못하면 금융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누구나 아는 해답이지만 실천은 만만치 않다. 혁신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점폐쇄나 인원축소와 같은 고통을 감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다리다 보면 해결이 되겠지라는 방관적 태도는 금융그룹이 엄청난 호실적을 올릴 때 뭔가를 했어야 한다는 뼈저린 반성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금융지주 회사들은 이 지점에서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국내에서 핸드폰을 만들던 두 사업자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쪽은 사생결단의 각오로 아이폰과 유사한 제품을 만들었고 다른 한쪽은 아이폰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관망하다가 결국 핸드폰사업을 접었다. 금융지주 회사의 운명이 걸린 결단이지만 선택을 하기 위한 시간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