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리서치 PLUS

시대 변화에 맞는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제안

  • 은행연합회 김광수 회장
  • 2021-10-20
  • 조회수 847
분류 권두언
발행호수 2021-10
저자 은행연합회 김광수 회장
   

우리 리서치 PLUS - 2021년 10월호

 

권두언: 시대 변화에 맞는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제안

 

 

지난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된 이듬해, 우리금융지주의 설립을 시작으로 국내 금융권은 금융지주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IMF 위기를 빠져나오고 있던 금융권은 금융지주 제도 도입을 통해 당시 글로벌 추세였던 금융회사의 대형화·겸업화를 달성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20여년이 지난 오늘날, 10개에 달하는 금융지주가 설립되어 수많은 금융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금융지주 제도는 외견상 성공을 거둔 듯이 보인다. 특히 대형화 측면에서 보면 2008년 말 980조원 수준이던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자산총계는 지난해 말 2,000조원을 돌파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지주 제도는 지난 20여년간 변화한 금융환경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지주 제도의 근간인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된 이래 한 번도 대폭 개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현상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금융회사의 혁신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된 2000년경 우리나라의 국부는 약 3,800조원 수준이었으나, 작년 말에는 1경 7,722조원으로 증가하였다. 경제규모가 커진 만큼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금융서비스도 복잡해졌다. 과거에는 은행·증권·보험이 각각 제공하는 분절적 서비스로 충분하였지만, 오늘날에는 금융의 여러 기능이 융합된 고도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과거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빅테크·핀테크가 금융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ICT 기업들은 간편결제나 AI 자산관리 등 금융과 ICT를 융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회사와 경쟁 중이다. 특히 일부 빅테크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존 금융회사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그룹은 생존을 위해 자회사간 시너지 창출과 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 중이나, 변화한 금융환경에 부합하지 않는 금융지주 제도로 인해 한계를 느끼고 있다.

첫 번째는 겸업 고도화가 제약되고 있다는 점이다. 겸업화를 촉진하려면 우선 자회사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금융지주회사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으론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에 사업목표를 부여하고 성과를 평가할 수는 있으나, 구체적인 사업지시를 할 수는 없다. 그 결과 금융지주회사가 주도적으로 자회사간 이해를 조정하고 시너지를 유도하기 어렵다.

따라서 해외 사례를 참고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연방법에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 경영에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독일은 지배회사가 피지배회사에 업무를 지시할 권한과 책임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겸업화를 제한하는 또다른 요소는 매트릭스 조직의 실효성을 제한하는 규제들이다. 이론상 매트릭스 조직을 통해 임직원을 겸직시키고 정보를 공유하면 시너지가 기대되나, 국내 제도에서는 자회사간 고객정보 공유에 제약이 많고 펀드 등 특정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은 겸직이 금지되고 있다. 따라서 매트릭스 조직을 구축해도 통합전략 수립이 어렵고 자회사간 내부경쟁이 발생한다.

반면 미국 등 금융지주 제도가 활성화된 국가에서는 특별한 이해상충 우려가 없는 한 임직원 겸직과 고객정보 공유는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그 결과 매트릭스 조직의 실효성이 높아 고도로 겸업화된 경영이 이뤄질 수 있는데, 우리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금융그룹이 제도상 한계로 인해 금융과 ICT를 융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그룹은 현재 금융서비스 개선을 위해 비대면 채널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디지털 인력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현행 금융지주 제도상 금융그룹이 직접 ICT·플랫폼에 진출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 한계가 명확하다.

이는 물론 금융과 산업간 위험 전이를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겠으나, 빅테크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금융에 자유롭게 진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에 맞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빅테크의 금융 진출을 봉쇄하는 과거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ICT와 금융의 경계가 흐려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은 이미 피할 수 없는 글로벌 추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금융지주의 플랫폼 사업 진출을 허용하여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나갈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산업의 일방적인 금융 진출만을 허용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방치할 경우 금융의 플랫폼 종속을 초래하여 경제력 집중과 위험 전이 우려가 오히려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므로 금융지주의 ICT·플랫폼 진출을 일정 수준 허용해 공정경쟁과 혁신을 유도하고, 현재 금융권 수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있는 빅테크에 대해서는 엄격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적용을 통해 위험 전이 우려를 관리해야만 한다.

지난 20여년간 금융지주 제도 하에서 우리 금융산업은 양적·질적 측면에서 상당한 성장을 거두었다. 그러나 지금은 금융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금융지주 제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다. 시대 상황에 맞는 적절한 규제체계를 갖추는 것은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혁신을 촉진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글로벌 금융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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