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리서치 PLUS

금융회사의 ‘위드 디지털’ 전략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김진성 연구본부장
  • 2021-09-23
  • 조회수 1503
분류 우리플 생각
발행호수 2021-09
저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김진성 연구본부장
   

우리 리서치 PLUS - 2021년 9월호

우리플 생각: 금융회사의 ‘위드 디지털’ 전략

 

포스트 코로나를 기대했던 2021년도 3/4이 지났다. 백신보급이 확대되고 있지만 델타변이 바이러스에 의해 대유행은 다시 증폭하고 있다. 올해 안에 팬데믹의 종식은 물 건너갔다. 일부 선진국들은 방역에서 관리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이미 영국, 덴마크 등은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일상 회복을 선언하고 방역조치를 해제했다. 불안감은 남아 있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승리’ 대신 바이러스와의 ‘공존’,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준비하고 있다.

 

2019년 말 코로나의 등장은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적인 재난이었다. 과거 몇 번의 팬데믹 경험에도 불구하고 손 씻기, 마스크 쓰기, 거리두기 외에 마땅한 대책을 우리는 찾지 못했다.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치료제도 아직 갖지 못했고 백신도 불완전하다. 위치정보 기반의 역학조사와 정보공개, 드라이빙-스루 검사소를 비롯한 신속검사체제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초기 방역에 성공적이었던 K-방역도 과도한 기본권 제한과 늦어진 백신 확보로 비판받기도 했다. 방역효과와 경제적 편익을 두고 조정해온 사회적 거리두기도 여러 차례 개편되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미증유의 상황 속에서도 바이러스의 확산 차단과 일상의 연속성 유지를 목표로 가용한 기술과 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비대면 경제활동 비중이 늘어나고 언텍트에서 온텍트로 진화하면서 코로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의학적인 바이러스 정복은 멀었지만, 종합적인 팬데믹 대응 차원에서는 집단면역의 형성, 축적된 데이터와 관리 경험 등을 토대로 공존을 논의할 수 있는 단계에 접근해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미션을 안고 있는 금융회사들은 디지털과 공존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팬데믹과 달리 금융업의 디지털화는 예정된 미래이다. 많은 전문가가 내놓은 금융업의 미래상은 대동소이하다. 디지털기술이 고도로 접목되어 금융회사의 중추가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될 뿐 아니라 고객 접점에서도 AR기술로 구현되는 디지털 휴먼이 상담하고 업무를 처리한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지고, 빅데이터, AI 등을 통해 생애주기뿐 아니라 개인의 생활양식까지 분석하여 초개인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그리고 기술기업이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가운데 금융회사의 역할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을 달기 어렵다.

 

예상 가능한 미래라고 해서 모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시작되면서 이미 금융업은 새로운 경영환경에 들어섰지만, 누구도 명쾌한 대응전략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금융회사에 대한 비대칭적인 규제 탓도 있고, 금융업 고유의 레거시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융회사의 혁신적 시도는 제한적이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MZ세대가 트렌드를 주도하게 될 2030년, 금융업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해외 금융회사의 여러 선도사례를 살펴봤다. 비금융 생활서비스와의 연계,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구축과 지점 공간 재설계, AI 컨시어지 도입 등 다양한 시도가 있다. 모든 케이스가 검증된 성공사례는 아니다. First Mover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이들의 공통점은 플랫폼의 필수요소인 기술과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먼저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핀테크 인수·제휴를 통한 기반기술 확보, 생활플랫폼을 활용한 고객정보 획득, 차별적 서비스를 통한 고객기반 확대가 일관된 목표이다.

 

이 중 많은 사례는 성과 없이 사라지기도 할 것이다. 은행과 같이 규모와 조직이 크고 안정성이 요구되는 금융회사에서 스타트업과 같은 사업전환, 피보팅(pivoting)을 시도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스타트업 못지않게 혁신적인 실패가 용인되는 문화를 가지고 실행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수정하여 경험과 데이터를 부단히 축적해나가는 회사 중에 승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기회는 세계적 위상이 경제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금융권에도 열려있다. 디지털시대의 경쟁은 속도전이며 자본력 못지않게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사업모델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디지털 수용도가 높은 고객기반이 있지 않은가. K-뱅크의 많은 Best Practice가 나오길 기대한다.

 

경영환경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빠르게 우리의 미래를 향하고 있다. 미래전략에 고심하는 금융회사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만드는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Peter Druker)의 말을 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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