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리서치 PLUS

디지털 전환과 ‘자이낸스(z+finance)’ 시대

  •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장진모 부장
  • 2021-09-23
  • 조회수 1421
분류 생각 더하기
발행호수 2021-09
저자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장진모 부장
   

우리 리서치 PLUS - 2021년 9월호

생각 더하기: 디지털 전환과 ‘자이낸스(z+finance)’ 시대

 

* 본고의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금융 산업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2030세대는 디지털에 익숙하고 플랫폼에서의 ‘편리함’과 ‘재미’를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아직 자산과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과감한 레버리지(대출)로 소비와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 은행권의 2030세대의 가계대출은 44조7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88조1600억원)의 50.7%를 MZ세대가 차지했다. 이쯤 되면 단순 ‘미래 고객’을 넘어 금융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X세대 이전까지 과거 세대는 이른바 생애소득가설에 따라 금융생활을 영위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저축으로 돈을 모으고, 집을 장만하기 위해 담보대출을 받았다. 연금 상품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게 정석이었다.

 

그러나 MZ세대, 특히 20대인 Z세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저축보다 투자를 선호하고, ‘영끌(영혼을 끌어 모은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주식과 코인시장에도 무섭게 뛰어든다. 이들이 부모세대와 180도 다른 금융생활을 하는 데는 ‘금리 격차’라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 부모세대엔 연 10~20%짜리 예금상품이 적지 않았다. 1995년까지 판매된 ‘재형저축’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지금의 Z세대는 초저금리 시대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예금금리는 2015년 이후 연 1%대 금리가 이어졌다. 코로나19 이후에는 1%대 안팎에 머물고 있다. 저축으로 돈을 불릴 재간이 없는 것이다.

 

MZ세대의 현재 구매력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금융사들이 MZ세대를 정조준 하는 건 이들이 비대면·디지털금융이라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Z세대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정보력으로 가정 내 소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생 자녀들의 코인 투자,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 대한 열광 등이 부모들의 관심으로 이어진다. Z세대가 주도하는 이른바 ‘자이낸스(z+finance)’의 확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Z세대의 ‘금융 놀이터’였던 토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와 같은 빅테크·핀테크의 금융플랫폼 가입자 연령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카카오뱅크 고객의 65%는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지만, 올 상반기 신규 고객만 놓고 보면 4050세대가 48%를 차지했다.

 

MZ세대는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인구의 33%를 차지한다. 2040년에는 50%를 넘어서게 된다.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Z세대(1996~2010년 사이에 출생한 7800만 명)가 오는 2034년께 미국 역사상 가장 인구수가 많은 세대로 등극한다.

 

한국에서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자이낸스 시대’의 총아로 급부상하면서 은행산업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카뱅은 ‘메기’를 뛰어넘어 기존 은행을 잡아먹을 ‘상어’가 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카뱅은 출범 4년여 만에 가입자 1600만명을 넘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고속 성장이다. 지난 8월6일 상장한 카뱅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2배 높게 형성되면서 시가총액(기업가치)은 4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공모가 산정 때 제기됐던 고평가 논란을 한방에 잠재우고 단숨에 금융주 1위에 등극했다.

 

토스의 기업가치도 10조원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지난 6월 산업은행과 미국 투자회사 알키온 등이 토스에 4600억원을 추가 투자하면서 기업가치를 74억달러(약 8조4000억원)로 산정했다. 10월 토스뱅크가 순조롭게 출범하면 몸값은 더 오를 것이다. 토스는 앱을 여러 개 내놓지 않고 토스증권, 토스뱅크 등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하는 ‘슈퍼 앱’ 전략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토스 앱 가입자는 2000만 명을 넘어섰다. 꾸준히 접속하는 월간 이용자 수(MAU)는 1400만명으로 국내 금융사 앱 가운데 가장 많다. 10월 상장하는 카카오페이는 공모가 기준으로 몸값이 1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게 확실시된다. 카뱅 토스 카카오페이 등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금융플랫폼 3개사의 몸값을 합치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 합계(약 62조원)과 맞먹는다.

 

위기감에 사로잡힌 전통 금융사들은 생존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디지털전환의 가속화는 물론이며 조직과 문화, 상품, 서비스 등의 전면 개편이다.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 종횡무진하는 Z세대의 금융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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