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리서치 PLUS

‘더 큰 바보’와 ‘PDR’, 카뱅을 보는 상반된 시각

  • 조선일보 경제부 나지홍 차장
  • 2021-08-20
  • 조회수 2172
분류 생각 더하기
발행호수 2021-08
저자 조선일보 경제부 나지홍 차장
   

우리 리서치 PLUS - 2021년 8월호

생각 더하기; ‘더 큰 바보’와 ‘PDR’, 카뱅을 보는 상반된 시각

✽ 본고의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지난 8월 6일 증시 데뷔와 동시에 금융주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선 카카오뱅크(이하 카뱅)의 주가가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뱅은 공모가격이 1주당 3만 9,000원으로 결정됐을 때부터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18조원으로, 국내 1위 금융그룹인 KB금융(약 21조원)을 바짝 추격했기 때문이다.

카뱅 자산은 28조 6,000억원으로 KB국민은행(455조원)의 16분의 1 수준이다. 올해 2분기(4~6월)에 카뱅이 순익 268억원을 버는 동안 국민은행은 27배가 넘는 7341억원을 벌었다. 현재까지의 실적 지표만 놓고 보면, 카뱅은 기존 금융사들이라는 고래들 틈에 낀 새우 크기밖에 안된다.

카뱅 거품 논란은 상장 이후 더 커졌다. 카뱅이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시총이 33조원대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기준으로 은행주 3~5위인 하나금융(약 13조원)과 우리금융(약 8조원), IBK기업은행(약 7조 8,000억원)을 합한 것보다 많다.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많이 쓰던 분석수단으로는 카뱅의 가치를 설명할 수 없다. 대표적인 지표인 PER(주가수익비율)의 경우, 시중은행들은 5배를 조금 넘는데 비해 카뱅은 220배가 넘는다. 장부상 가치 대비 주가를 나타내는 PBR(주가순자산비율)도 시중은행은 0.3~0.4배지만 카뱅은 10배 이상이다. 그만큼 카뱅이 고평가돼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거품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 카뱅 주가는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카뱅의 성장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거품이 쉽게 꺼지지 않고 장기화하는 현상을 전문가들은 ‘더 큰 바보 이론(The greater fool theory)’으로 설명한다. 경제학자 케인스에서 비롯된 이론인데, 투기적 시장에서는 비싸게 산 자신이 바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더 비싼 값에 사갈 ‘더 큰 바보’가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계속 투자한다는 것이다.

비단 주가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에 다시 불붙기 시작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나 월급쟁이 소득으론 꿈도 꾸기 힘들만큼 치솟아버린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도 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광풍이나 프랑스 역사상 최대 버블인 18세기초 ‘미시시피 버블’ 때도 거품은 붕괴 직전까지 몇 년 동안 덩치를 키웠다. ‘금융위기의 역사-열광, 공포, 그리고 붕괴’라는 책을 쓴 경제 버블 연구의 대가 찰스 킨들버거는 불나방처럼 투기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의 심리를 이렇게 진단했다. “친구가 부자가 되는 것만큼, 사람의 분별력을 어지럽히는 일은 없다.”

반면 거품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편의상 낙관론자라 부르자)은 “주가는 현재 실적만 가지고 평가하는게 아니다. 주가는 꿈을 먹고 자란다”는 입장이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플랫폼 등 무형자산 가치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기업 평가 척도를 바꿔야 한다”면서 PDR(price to dream ratio·주가꿈비율) 같은 새 지표를 제시한다. PDR은 꿈이나 희망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정량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직 객관적인 증시 분석 지표로 쓰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이나 장부상 가치 같은 현재 지표만으로 주가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주장만은 어느 정도 공감을 얻고 있다.

예컨대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2019년까지만 해도 적자였기 때문에 PER을 아예 계산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테슬라는 2019년 10월 GM(제너럴모터스)의 시가총액을 추월했고, 지금은 GM뿐 아니라 도요타, 포트 등 주요 자동차업체들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커졌다. 그렇다고 그동안 테슬라 실적이 GM을 추월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테슬라 매출과 순익은 각각 282억달러, 5억5600만달러로, 여전히 GM(매출 1160억달러, 순익 34억달러)보다 낮았다.

앞으로 카뱅 주가가 낙관적 시나리오와 비관적 시나리오 중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비대면·온라인 금융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는 환경은 이 시장의 강자인 카뱅에겐 호재가 될 것이다. 반면 금융당국의 규제는 변수다. 카뱅은 핀테크 육성이란 취지로 금산분리나 자본건전성 규제의 특례를 인정받았지만, 이미 금융주 시가총액 1위로 덩치가 커져 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예외를 인정받기도 어렵게 됐다.

하지만 카뱅의 운명을 가를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존 은행권의 움직임이 될 것이다. 금융업은 자기 혼자만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규격을 갖춘 운동장에서 상대방과 경쟁해야 하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카뱅이 강세인 비대면과 빅데이터 분야에서 오랜 금융업 노하우와 우수한 인력으로 무장한 기존 은행들이 효과적인 반격에 나선다면 카뱅의 독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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