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리서치 PLUS

펜데믹 시대의 승자들 (The Post-Pandemic Winners)

  • 연합뉴스 신지홍 국제에디터
  • 2021-01-20
  • 조회수 1357
분류 생각 더하기
발행호수 2021-01
저자 연합뉴스 신지홍 국제에디터
   

우리 리서치 PLUS - 2021년 1월호

생각 더하기: 팬데믹 시대의 승자들

 

“전 산업을 재편하고 정부의 역할을 재정의하며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바꿀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팬데믹의 충격이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라며 이렇게 예견했다. 록다운과 마스크의 일상화, 재택근무, 언택트(비대면) 회의 등 세상의 표준이 바뀌는 작금의 전환은 인류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포스트 팬데믹’, 즉 전염병의 대유행 이후 세상의 질서와 흐름은 그러면 어떻게 바뀔까? 누가 승자이며, 패자는 또 누가 되는 것일까?

 

포스트 팬데믹의 승자를 논하기 앞서 일단 패자는 도드라져 보인다. 미증유의 사태 앞에서 허둥거리며 실패를 거듭한 낡은 정치 리더십, 즉 정부이자 국가 말이다. 비대면을 경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악스러운 팬데믹 사태 여파에 재선에 실패했다. 메이지유신 이래 최장기 권력을 구가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팬데믹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코로나 19 사태가 끝나는 시점에 수많은 국가는 실패한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 외교 거두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지난해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은 마치 예언처럼 현실이 됐다. 국가단위의 대응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바이러스를 봉쇄하겠다는 트럼프식 아날로그적 발상은 그 자체로 패자의 패러다임으로 전락했다.

어둠의 터널 끝에 한줄기 빛이 보이듯 산업화와 환경파괴의 업보로 간주될 팬데믹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류에게 성찰의 시간을 열었다. 사람과 동물, 생태계의 건강을 함께 생각하는 공생과, 디지털에 기반한 삶의 혁신을 상상케하면서 팬데믹 이전과 이후 존재의 양상을 가르는 ‘게임체인저’가 되었다. 스마트과 랜선으로 이어진 초연결사회는 언택트를 앞당겨 ‘포노 사피엔스’(phoho sapience, 이코노미스트)라는 신인류의 탄생을 고했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배달받고 줌 영상으로 화상회의를 하는 새로운 개념의 ‘히키코모리’(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이라는 뜻의 일본어)족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팬데믹은 그것을 가속화했을 뿐이다. 이러한 변신은 은둔형 외톨이의 뉘앙스를 풍기는 부정적 히키코모리류가 되라는게 아니라 더욱 유리한 생존으로 이끄는 변화를 택하라는 시대의 주문이다.

 

‘팬데믹에서 번창한 2020년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The Post-Pandemic Winners).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주말판(1월3일자) 신년 특집기사가 눈에 띈 이유는 이런 까닭에서다. 이 유력지의 기사는 팬데믹 록다운 시대를 거스르고 기록적인 성장의 과실을 누렸던 기업 100곳을 꼽아 그 비결을 살피며 100곳을 언택트 시대의 승자로 자리매김했다. 기준은 작년 1년간 시가총액 상승률. 이들 기업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팬데믹과 맞서거나 탈출구를 찾았던 언택트 비즈니스라는 점이다. 팬데믹을 이긴 1위 회사로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꼽혔다. “2020년초 시가총액 750억 달러는 일각에 거품처럼 비쳐졌다. 12월 S&P 500에 편입했을 때 시총은 거의 9배 상승했다. 테슬라를 뒤이은 7개 자동차업체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컸다. 테슬라는 연간 50만대를 고객에게 인도했다. 일론 머스크가 2016년 예상했던 것의 절반에 그쳤지만 전기차로의 산업변화는 의심의 여지가 없고 테슬라의 기술력은 경쟁업체에 비해 몇년 앞서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에 대한 FT의 평가는 이와 같다. 테슬라 생산력의 바탕은 2019년말부터 가동한 상하이공장. 이 공장이 팬데믹으로 멈춘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공장을 대신하며 일본의 도요타를 제치고 테슬라를 시총 최대의 자동차업체로 끌어올렸다. 모든 조종을 소프트웨어 기반 터치패널로 하고, 거래 조차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이 기업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드림카’로 손색이 없다.

 

FT가 꼽은 2위 기업은 싱가포르 게임·전자상거래·핀테크 업체로 동남아의 아마존이자 알리바바로 불리는 SEA그룹. 포레스트 리가 창업한 이 회사는 동남아 최대 모바일쇼핑 플랫폼인 ‘쇼피’와 게임 자회사 가레나를 거느리고 있다. FT는 “동남아에서 가장 가치있는 이 회사가 게임과 이커머스, 핀테크 등 모든 핵심 비즈니스에서 코로나 저항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3위는 화상회의 줌 서비스로 비대면 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 FT는 “줌은 팬데믹 시대에서 커뮤니케이션과 거의 동의어가 됐다”고 진단했다. 줌 서비스를 이용한 직원 10명 이상의 고객이 1년간 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100위에는 전자상거래기업인 핀둬둬 등 중국기업이 36곳이나 포함됐다. 통념과는 달리 중국시장에서 언택트 시대에 맞춤한 생태계의 혁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 기업은 삼성 SDI, 카카오, LG화학,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LG전자 등 6곳이 포진했다. FT는 100대 기업을 거명하면서 “이들 승자는 팬데믹의 수혜자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단순히 수혜자로만 평가절하할 수 없다. 포스트 팬데믹의 전정한 승자들로 불러주는게 더욱 합당해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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