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리서치 PLUS

포스트 코로나의 원년을 기다리며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김진성 연구본부장
  • 2020-12-21
  • 조회수 2045
분류 우리플 생각
발행호수 2020-12
저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김진성 연구본부장
   

우리 리서치 PLUS - 2020년 12월호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플 생각: 포스트 코로나의 원년을 기다리며

 

코로나가 일상을 삼켜버렸던 2020년이 저물어간다. 연초만 하더라도 하반기가 되면 코로나 19의 전파력이 잦아들면서 정상적인(normal)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예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팬데믹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오히려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코로나 백신의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점이다. 영국이 화이자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하여 접종을 시작하였으며,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백신 보급을 준비하고 있다. 서두른 만큼 효능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지만, 예상보다 1년 가까이 빠른 행보이다. 다가오는 2021년이 어쩌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원년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팬데믹 직후부터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달라질 세상에 대해 말해왔다. 그 전과는 다른 규칙들이 작동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뉴노멀에 대한 담론들이 벌써 익숙한 이야기가 된 듯도 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은 갑자기 나타나는 미래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이 4년 전이며 AI, 로봇이 우리의 미래를 바꿔놓을 핵심기술로 기대를 모은 것은 훨씬 더 오래전부터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일하는 방식과 생활 양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최우선 미션이 되었다. 코로나 위기는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의 위험도 일깨워주었다. 온실가스 감축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지 만 5년, 교토의정서(1997년)까지 거슬러가면 20년이 넘은 의제이지만, 최근 정부와 기업들은 ESG를 새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주요국에서는 한국판 뉴딜과 유사하게 디지털과 그린을 축으로 하는 코로나 이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예정되었던 변화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촉매로 가속화되었을 뿐, 팬데믹 종식 이후에는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새로운 일상이 재출발하는 변화가 전면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 연구소에서 2021년 비즈니스 트렌드로 R.E.S.T.A.R.T를 선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이자 ‘거대한 침체’의 저자인 타일러 코웬은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동시에 오래된 일자리를 없앨 것이며, 기술 보유에 따라 격차가 벌어져서, 기술이 없는 사람은 낮은 수준의 서비스 분야 일밖에 없는 위험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산업일수록, 복잡한 레거시 시스템이 작동하는 비즈니스일수록 새로운 변화에 취약하여 도태될 위험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은행을 포함한 전통적 금융업도 예외일 수 없다.

 

과거 실물경제 침체나 금융위기의 사례를 보면, 금융회사들은 대규모 부실로 인해 도산하거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되었다. 이후에는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감독기관의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고 진입장벽이 높아져 경쟁자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경쟁환경이 전개되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대출만기연장, 상환유예 등으로 부실이 이연된 측면도 있지만, 금융회사들은 덩치가 커졌고 건전한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보호나 지원의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많은 도전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형편이다. 새로운 도전자들은 민첩하고 영리하며, 전에 보지 못했던 무기를 가지고 전면적인 경쟁보다는 틈새를 노린다. 은행 못지않은 체격을 가진 빅테크들도 금융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낙타가 야금야금 천막을 차지하고 주인을 내쫓는다는 이야기 속 한 장면처럼 어쩌면 낙타가 텐트 안으로 발을 내밀기 시작한 것일지 모른다. 금융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와 제약들이 오히려 금융업을 새로운 도전으로부터 상당 기간 지켜줄 거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금융정책의 무게추는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는 쪽에 놓여있다. 규제환경은 급변할 수 있고, 연결된 보호막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최근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혁신과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과 도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의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면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존과 뉴노멀을 선점하기 위한 혁신에는 결코 모자람이 없어야 하겠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