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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와 금융의 역할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최광해 대표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최광해 대표
  • 2020-09-21
  • 조회수 973
분류 우리플 생각
발행호수 2020-09
저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최광해 대표
   

고령사회와 금융의 역할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최광해 대표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합계출산율은 0.84명이다. 여성 1인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가 한 명이 채 못 된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처럼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를 가졌던 나라들은 대체로 인구 절벽을 마주하고 있다. 짧은 시간 내 경제를 발전시킨 점까지 비슷한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도 구조적 초저출산을 경험하고 있다. 거꾸로 세계 정상급이다. 10년 이상 노력을 해도 꿈쩍 않는 것을 보면 출산율을 높여서 잠재된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초고령사회마저 문 앞에 와있는 우리의 현실이 불안하게만 느껴지는 이유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은 2019년 14.9%에서 2050년이면 39.8%로 높아진다. 젊은 사람 6명 내지 7명이 노인 한 사람을 부양하다가 거의 일대일로 책임지는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2017년 4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데 도움이 필요한 곳은 많으니 나중에 연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면 물리적 나이보다 건강상태나 일의 속성을 중시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제적으로 생산가능인구라는 개념을 채택한 35년 전과 비교해 기대여명이 10년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또, 과학기술은 젊은 육체를 필요로 하는 일도 크게 줄였다. 확장된 생산가능인구 개념에 따라 경제·사회 시스템을 변화시켜 간다면 고령화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서구사회는 우리보다 출산율이 훨씬 높지만 이미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정년을 67세(OECD 평균)로 높이거나 폐지하는 것들이 좋은 예다.
금융도 고령사회가 노동인구 감소가 아닌, 노령인구의 소득과 소비가 활발해지는 방향으로 전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퇴직연금시장을 발전시키는 일이다. 국내 퇴직연금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76%에 불과하다. 노령층에게 안정적 소득기반이 되고 젊은 세대의 노후불안을 해소시키기에 역부족이다. 금융회사들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나 디폴트 옵션 등의 도입을 계기로 더 높은 수익을 개인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운용의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은행은 퇴직연금 시장의 변화로 축소된 입지를 기금수탁·관리의 전문성 강화로 만회해야 할 것이다.
향후 높은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신탁업 역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신탁은 고령층의 부를 다음 세대로 원활하게 이전시켜 젊은 층의 소비와 그를 통해 경제 전체의 활력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우리는 신탁시장 규모도 작고 고령사회의 니즈에 맞는 적절한 상품의 공급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신탁이 발달한 일본처럼 고령자후견, 유언대용, 가업승계 등 고령화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토지 개발에 편중돼 있는 부동산 신탁도 고객의 유휴 부동산을 임대나 투자수익을 내는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등 고령사회에 적합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고령사회의 투자 부족 문제 또한 금융회사의 노력으로 개선될 수 있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유망한 혁신기업과 디지털 인프라 증설에 장기투자 성격의 노후대비용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산업 활성화를 통해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고 투자자에게는 고수익으로 보답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선도은행들이 기존 심사 관행을 고집하지 않고 은행거래내역, 회계자료, CRM시스템의 고객 정보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AI심사분석 모형을 개발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이러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이 금융회사가 저금리 환경에서 살아남는 길이 되기도 할 것이다.
고령사회가 금융회사에 던지는 화두는 ‘지금까지 주축이 되어온 은행업의 위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로 집약된다. 금융지주회사로서는 은행업부터 금융투자업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역량을 강화하여 고령사회에 대비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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